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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오지 않는 길
이름 김이중 작성일 2008.12.04 11:49 조회수 2,094

돌아오지 않는 길

백무산

햇살은 부처

길은 법당

바람은 경전

길은 머물지 않고

머무는 것은 생명이 없네

햇살을 잡지 못하듯이

손에 잡히는 것은 언제나 어둠뿐이듯이

흐르는 강을 잡으니 강은 사라지듯이

진리를 잡은 손안에는 허위의 어둠만 가득하듯이

달빛은 부처

구름은 법당

물소리는 경전

구름은 머무는 법이 없네

달은 한번도 같은 달인 적이 없고

달의 등은 볼 수가 없네

둘 아니라 하나라 하다 하나에 빠지고

삼세근본이 공이라 하다 공에 빠지고

일체만물이 허망하다 하다 허망에 빠지고

길을 붙들다 길에 빠지고

길을 버리다 버림에 빠지네

풀꽃은 부처

들바람은 법당

새들 지저귐은 경전

꽃은 머물지 않네

길은 들바람과 같은 몸, 저 산모퉁이에서

사라지고 일어나네

내 목소리 크니 너의 목소리 들리지 않고

우리 목소리 크니 저들 목소리 죽고

사람 소리 점령하니 짐승소리는 식민지 되네

평화는 숨죽이는 일, 내 자리 비우는 일

평화는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일

침묵해 작은 소리 귀기울이는 일

내 자리 비워 너를 앉히는 일, 평화는

내 목소리 비워 뭇 생명의 소리 담는 일

평화는 너와 나를 방생하는 일

흰눈은 부처

설산은 법당

인간의 아비규환은 경전

내가 너에게 베푸나 교만하지 않고

본래 내 것이 아님을 배우는 일

내가 너에게 나를 의탁하여 나를 낮추나 비굴하지 않고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님을 배우는 일

탁발은, 받아서 베풀고 주어서 의탁하는 일

그래서 놓아버리는 일, 마음에서 손에서 일체를

놓아버리는 일, 놓아버리는 일은 흐르게 하는 일

흐르게 하는 일은 살리는 일

모든 길과 모든 생명은 머물지 않네

모든 실제는 오직 흐를 뿐, 생명은 머문 실체가 없어

지킬 수도 없네 만질 수도 없네

다만 그냥 두지 않는 일과 싸울뿐

스스로 그리 하지 못하게 하는 일에 저항할 뿐

뜨거운 육신은 부처

환락의 거리는 법당

고통의 신음은 경전

이 마음 떠나서 어디서 구할까

이 길을 떠나서 어디서 구할까

아아, 이 피고름 물컹한 고깃덩이, 이 육신을

떠나서 어디서 무엇을 구할까

이 치욕과 분노와 욕망을 떠나서

내 고통 너의 슬픔 떠나서 무엇을 구할까

길은 들바람처럼 또 저리 사라지고 일어나는데

삶은 저리 잡힐듯이 아지랑이 이는데

햇살 어린 물무늬인 양 인생은 저리 허망하고 찬란한데

흰눈 위에 흰눈 내려 저리 두근거리는데

이 길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죽어도 다시 오지 않으리

이 몸 이 마음 떠나 찾지 마라 하여도

이대로 끌고는 절대 다시 오지 않으리

부처는 부처

법당은 법당

경전은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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